그런 날이 있다
유독시리 아이들이 미친듯이 말을 듣지않고 어수선하고 환장하게 짜증스러운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보통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인데 이렇게 화창하게 해가 반짝이는 가을날
아침 등원부터 안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와
친구가 허락없이 가방을 봐서 기분이 나쁘다고 우는 아이
한쪽에 달고온 머리끈 3개중에 하나가 미끄러 내려 없어진걸 계속 와서 짜증부리는 아이까지
등원 1시간만에 고단함은 최고치가 되어버렸다.
모든 건 기분상의 문제라고 했든가
오늘아침 나의 기분도 저 아이들처럼 뭔가 이유를 만들어 달아야 할만큼 짜증스럽고 귀찮기만 했다.
늘 같은 출근 길 광광대는 댄스뮤직을 들으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는 일터로 가는 내 마음은 점점 무겁고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잠을 설친 밤새 꿈결에 만들어내야하는 신학기 PPT 를 제작해서 인지
오늘 예정된 강사들과의 회의에서 그만두겠다 사직서를 제출한 밉상 교사와 마주앉아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
일머리가 없고 융통성도 없어서 하는 일마다 사람속을 턱턱 막히게 하던 교사 하나가
이게 견디기 어려워졌는지 무슨 상장처럼 보란듯이 사직서를 내밀고 난지 일주일쯤 지났다.
그사이 다행이도 나는 적절한 후임도 구해서 오게할 날짜까지 정한 뒤인데도
그동안의 그 교사와 뭔가 해보려고 가르치려고 애써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때문에 화가 났다.
물론 해보지않은 일은 배우고 해내느라 저도 죽을맛이었겠지만
나역시 해내지 못하는 너의 부족함을 채우고 메꿔준다며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에 기운을 빼고 신경을 써서 너무도 힘들었는데
그건 모두 허공에 날아가 없어져버린거 같다.
저만 힘들고 저만 괴롭고 저혼자 모든걸 다한듯한 말들은 마치 일못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메뉴얼에 있는 답처럼
하나같이 똑같고 의미없었다.
이 모든게 니가 일을 못해서 생긴 결과라는걸.. 제발 알고있기를 바라지만
그역시도 나혼자하는 생각일뿐이다.
그냥 너무도 힘든 일을 하는 이곳을 떠나고 싶고 못견디게 하는 상사를 보고싶지 않은것뿐일테니까
나의 궂은 날의 이유는
되고싶지 않은 나쁜 사람이 되어서인가보다.\